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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le
  1. 2008/04/19 Give & Take
  2. 2007/09/17 낡은 서랍속의 일기를 꺼내보다.

글 제목을 쓰고나서 보니 "나도 작명센스가 참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디지털 캠코더를 하나 구입했다.

예나의 모습을 담아 훗날 예나가 지금보다 좀 더 컸을 때 보여주고도 싶고,

우리 가족 사는 모습을 담아 기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캠코더를 살 형편이 아님에도 무리해서 질러버렸다.


손안에 딱 잡히는 조그만 기계로 동영상을 촬영해서 세월을 기록하고 저장한다는 것이 신기했는지

캠코더가 생기고 나서부터 며칠 동안은 동영상을 찍어대느라 신이 났었다.

그렇게 생경한 경험을 즐기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지면 가질수록 얽매이게 되는구나…."

오래전에 법정스님의 '텅 빈 충만"을 읽고 나서부터 종종 소유하게 될수록 빼앗기게 되는 것이 도리어 많아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캠코더가 생기기 이전 – 정확하게 말하자면 캠코더와는 상관없이 예나 엄마가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 예나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육아일기를 아우른 일기를 쓸 요량으로 스프링노트를 두 권 샀다.

.

핑계가 되겠지만, 바쁜 일상 덕에, 게으른 천성 탓에, 글 쓰는 재주가 없는 탓에 이럭저럭 잊고 살다 보니 예나가 태어난 지 석 달이 가까워지도록 일기 한 장, 편지 한 통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예나의 기저귀를 빨면서 느낀 신비로운 유쾌함을 편지로 써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도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새로운 기계를 보면 늘 그렇듯이 캠코더를 택배 받은 날부터 여지없이 나의 지적 호기심(?)은 발동했다.

조금 다르다면 좀 복잡한 기계인가 싶어서 매뉴얼을 정독했다는 정도일까…


사용이 익숙해진 다음 날 부터는 낮에 찍었던 동영상을 컴퓨터에 백업하고 편집하느라 저녁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했다. 더욱이 번들로 딸려온 버그투성이 편집프로그램은 나름대로 각고 끝에 만든 편집물을 일순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후루룩 마셔버리기 일쑤였다.


그랬다. 신이 나서 캠코더를 들고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동안 나는 예나와 나에게 써야 할 편지를, 예나의 요람기와 우리 가족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었고,
카메라의 렌즈로 아이의 모습을 보느라 아빠의 눈으로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결국 기록하려고 산 캠코더가 또 다른 기록을 잊게 하고 만 것이다.


짧은 얘기로 "가지면 버리게 되는 것이 있다."라는 진리를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의 순간순간 생각해보면 정말 가지게 되면서 잃는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 건 왜일까….


무소유의 소유는 감히 내가 느낄 수 없는 충만이겠지만,

버리면서 가지게 되는 여유로움을 배우자.. 가지되 잊지 말고 잃지 말자.

욕심부리지 말고 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백일된 제 딸 입니다. 제눈에만 반짝거려 보이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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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아
    2008/04/21 13:02
    저는 디카 겸용으로 Xacti를 구입했었습니다. 동영상 촬영 기능은 정말 좋더군요. 요즘은 조금 고사양으로 가고 싶기는 한데,,, 통장의 압박이 심합니다.
    • 조리지기
      2008/04/23 12:32
      Xacti라...검색을 한 번 해봐야 겠네요.
      요즘은 캠코더도 HD가 대세라고 하던데 능력이 능력인지라 SD급으로 장만했습니다.

      도아님도 잘 아시는 원어데이에서 구매했지요.

      제 아내가 평가하는 말로는 이제까지 원어데이에서 지른 물건중 가장 마음에 든다는군요..
  2. 김지훈
    2008/04/22 17:56
    오홋. 그래도 예나는 예쁘기만 하네요.
    아이를 기르면서 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듯 합니다.
    그런 모습이 무척 부럽네요.

    얼마전 점심때 봤을 때랑 사진이랑 또 다르네요.
    예쁘다.

    조심하세요.
    예나의 첫입술을 언제 훔칠지 모릅니다.ㅋㅋ
    • 조리
      2008/04/22 21:29
      죽고잡재? 누 딸을 우얀다고? 으이!?
    • 조리지기
      2008/04/23 12:36
      댓글을 보니 지훈씨 조만간에 병풍뒤에서 향내 맡겠구만.
      저는 말릴수 없으니 알아서 연명하실 방도를 찾아보시길...


      살아가면서 가끔 텅 빈 충만이란 말을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도 소유에 대한 욕심이 생길때가 자주 있죠.
      욕심을 가지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맹목이 될 수 있는 소유욕은 좀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3. 회색코끼리
    2008/04/25 04:34
    저도 어렸을때부터 기록된 비디오가 있는데...
    예나가 더 크기전에 기록을 시작해 보세요.
    정말로 나중에 좋은 시집선물이 될겁니다. +ㅁ+
    • 조리지기
      2008/04/25 12:32
      다들 그러시더군요.
      애기가 커가면서도 그렇고 결혼을 할 때도 좋은 선물이 된다고..

      저는 일상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터라 예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자주 담아두지는 못하지만, 요즘 예나엄마가 예나의 커가는 모습을 가끔 기록해 두는 모양입니다.

      주말에는 그동안 찍은영상들을 dvd로 백업해 둘까 합니다.
  4. okto
    2008/05/05 12:36
    100일 축하드립니다~~
    정말 반짝거리네요^^ 귀엽습니다.
    (제 조카도 그저께 백일이었어요)
    • 조리지기
      2008/05/10 00:26
      okto님의 예쁜 조카 사진도 볼겸
      okto님 블로그에 들려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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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가을이란 생각을 했었을까?
막연히 무언가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낡은 서랍속에서 몇해를 묵은 일기장을 꺼내보았다.

감상적이다.... 외로워 하고 있었고, 아파하고 있었다.
방황이라기엔 너무나 막연하고 자유라기엔 너무나 가슴 아팠던 그런 시절이었다.
낯설지 않은 타향의 밤은 일상의 무게만큼이나 힘든 밤이었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거리는 안식이 아니었지만, 안식이라 믿고 있었다.
정말로 회한으로 가득하고, 가엾던 어린 시절 이었다.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지금 나는... 멋진 가을하늘 아래 마음껏 숨쉬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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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영기
    2007/09/18 01:38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거리는 안식이 아니었지만,안식이라 믿고 있었다.(많은 공감이가는 말이네요.친구의 글 을 한번씩 읽다 보면 지난 날을 많이 생각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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