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을 쓰고나서 보니 "나도 작명센스가 참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디지털 캠코더를 하나 구입했다.
예나의 모습을 담아 훗날 예나가 지금보다 좀 더 컸을 때 보여주고도 싶고,
우리 가족 사는 모습을 담아 기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캠코더를 살 형편이 아님에도 무리해서 질러버렸다.
손안에 딱 잡히는 조그만 기계로 동영상을 촬영해서 세월을 기록하고 저장한다는 것이 신기했는지
캠코더가 생기고 나서부터 며칠 동안은 동영상을 찍어대느라 신이 났었다.
그렇게 생경한 경험을 즐기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지면 가질수록 얽매이게 되는구나…."
오래전에 법정스님의 '텅 빈 충만"을 읽고 나서부터 종종 소유하게 될수록 빼앗기게 되는 것이 도리어 많아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캠코더가 생기기 이전 – 정확하게 말하자면 캠코더와는 상관없이 예나 엄마가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 예나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육아일기를 아우른 일기를 쓸 요량으로 스프링노트를 두 권 샀다.
.
핑계가 되겠지만, 바쁜 일상 덕에, 게으른 천성 탓에, 글 쓰는 재주가 없는 탓에 이럭저럭 잊고 살다 보니 예나가 태어난 지 석 달이 가까워지도록 일기 한 장, 편지 한 통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예나의 기저귀를 빨면서 느낀 신비로운 유쾌함을 편지로 써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도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새로운 기계를 보면 늘 그렇듯이 캠코더를 택배 받은 날부터 여지없이 나의 지적 호기심(?)은 발동했다.
조금 다르다면 좀 복잡한 기계인가 싶어서 매뉴얼을 정독했다는 정도일까…
사용이 익숙해진 다음 날 부터는 낮에 찍었던 동영상을 컴퓨터에 백업하고 편집하느라 저녁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했다. 더욱이 번들로 딸려온 버그투성이 편집프로그램은 나름대로 각고 끝에 만든 편집물을 일순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후루룩 마셔버리기 일쑤였다.
그랬다. 신이 나서 캠코더를 들고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동안 나는 예나와 나에게 써야 할 편지를, 예나의 요람기와 우리 가족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었고,
카메라의 렌즈로 아이의 모습을 보느라 아빠의 눈으로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결국 기록하려고 산 캠코더가 또 다른 기록을 잊게 하고 만 것이다.
짧은 얘기로 "가지면 버리게 되는 것이 있다."라는 진리를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의 순간순간 생각해보면 정말 가지게 되면서 잃는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 건 왜일까….
무소유의 소유는 감히 내가 느낄 수 없는 충만이겠지만,
버리면서 가지게 되는 여유로움을 배우자.. 가지되 잊지 말고 잃지 말자.
욕심부리지 말고 살자.
이제 백일된 제 딸 입니다. 제눈에만 반짝거려 보이는 걸까요? ^^;
"살다보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Give & Take (댓글 9개 / 트랙백 0개) 2008/04/19
- 살다보면... (댓글 2개 / 트랙백 0개) 2006/05/22
- 민폐 주차 좀 하지 맙시다. (댓글 2개 / 트랙백 0개) 2008/03/24
- 아줌마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7/11/22
- 주희의 권학문 (댓글 2개 / 트랙백 0개) 2006/06/20
- 처가에 갑니다. (댓글 2개 / 트랙백 0개) 2006/05/13
- 지금은 pc방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6/05/14







